◆항공부품 신뢰성 확보 위한 금속 적층제조 기술 진화(대건테크 강성민 부장)
▲ 대건테크 강성민 부장금속 적층제조는 복잡한 형상, 경량 구조, 일체형 설계는 물론, 이제는 ‘신뢰성’과 ‘반복 생산성’이라는 고차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기술로 진화하면서 항공 산업의 핵심 제조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TCT 아시아 2025’는 금속 적층제조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 특히 항공 및 우주 분야에서 실용화된 적층 제조 기술이 단순 시제품 제작을 넘어, 대형 구조물의 양산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양산 체제의 적층 제조’를 표방하며, 고성능 대형 금속 장비와 통합형 품질관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中, 국가 전략으로 금속 적층제조 생태계 육성 항공부품은 수십 년간 극한의 운항 환경 속에서 고온, 고압, 진동, 부식, 피로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에 따라 고강도 경량 금속을 활용하되, 정밀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제작 방식은 다품종 소량 생산, 정밀 주조와 가공의 반복이라는 높은 시간·비용의 장벽이 존재했다. 그러나 금속 적층제조는 이러한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설계 복잡성이 증가해도 비용 상승이 거의 없으며, 단일 공정으로 복합 형상을 구현하고 기능 통합도 가능하다. 항공 부품의 설계 유연성과 품질 균일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금속 적층제조를 항공우주 산업의 미래 제조 기반으로 정의하고, 국가 전략 과제로 채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BLT, LiM Laser, Farsoon, HBD, E-Plus-3D, HT(Haitian)등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대형 금속 적층제조 장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기업의 대형 장비의 출력 사이즈는 유럽 선도기업보다 앞서 있으며 △다중 레이저 동기화 △정밀 구동 기술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반의 품질 제어 등에서 유럽 선도기업 수준에 근접하는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LiM LASER는 대형 항공기 부품 적층 사례를 공개하며, 시제품 제작을 넘어 부품별 특성 인증과 품질 보증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지원, 그리고 대규모 내수 시장을 통한 실증 기회 확보가 있었다.
▲ LiM LASER가 금속 적층제조로 제작한 대형 항공 부품
■장비 대형화 넘어 신뢰성 확보로 무게 중심 이동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단순히 대형 장비 기술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소재-제조-검증-운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층제조 금속분말의 국산화와 소재 품질 표준, 공정 제어 알고리즘의 고도화, 후처리 및 열처리 프로세스까지 포함된 품질 보증 체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의 항공인증체계 준비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은 유럽과 미국의 선진 기업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해 온 사항이지만, 중국은 정책, 기업,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국 역시 항공 부품 제조에서 금속 적층제조를 도입하고 있지만, 신뢰성과 반복 생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과도기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필자가 근무 중인 금속 장비업체 대건테크는 2019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M800’ 장비로 대형 비행체 부품의 적층 제작 및 신뢰성 검증 과제를 수행 중이다. 2022년부터는 보잉사 및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와 함께 항공부품의 인증 시험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장비, 소재, 인증 시스템의 통합이 부족하고,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도 제한적이다.
■항공부품 적층제조, 신뢰성 확보 위한 인프라·인증제도 구축해야 항공산업 특성상, 적층제조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장비 확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산업 인프라 정비와 인증제도 연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정비해야할 과제로 △항공용 금속분말 품질 표준 수립 및 소재 내재화 △DfAM(적층제조특화설계) 기반 설계 최적화 및 시뮬레이션 역량 확보 △공정 중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 및 AI 기반 결함 제어 △항공 인증 대응 검사·시험 프로토콜 및 시편 관리 체계 구축 △MRO 및 맞춤형 부품 생산을 위한 적층 설계 유연성 확보 등을 꼽고 있다.
또한 국내 항공 부품 제조업계 역시 적층제조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이다.
금속 적층제조는 더 이상 신기술의 데모(평가판)가 아니다. 실제 항공부품에 사용되고, 반복 생산이 이루어지는 제조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복잡 형상 구현이나 경량화보다도, 이제는 ‘신뢰성과 반복 가능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참관을 통해 확인된 항공부품용 금속 적층제조 기술은 더 이상 초기 개념 검증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공정 안정성, 장비 신뢰성, 인증 데이터 확보 등 실제 양산을 위한 기반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으며, 적층 제조가 항공 부품 생산의 표준 공정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금속 적층제조의 미래는 단지 형상을 만드는데 있지 않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반복 가능하며, 인증 가능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층제조 기술을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미래 제조 전략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이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기술 투자로 실질적인 신뢰성 확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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